내면아이

에고/내면아이/나와의 삼자 대면 - 내면아이와의 대화 [6/7]

빛몸 2023. 3. 10. 20:27

[대화록 회고]

 

에고가 있습니다.

위키백과에 에고(자아)에 대한 정의가 다음과 같이 나와 있습니다.

에고: 생각, 감정 등을 통해 외부와 접촉하는 행동의 주체로서의 '나 자신'을 말한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내면아이와 연관시킬 경우 의미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만들어낸 왜곡된 인식 기제라고 말입니다.

이것이 꼭 나쁜 것이냐?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페르소나, 자신이 만들어낸 가면과도 동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여기서 딜레마가 생기게 됩니다.

이것이 나를 살리기도 하지만 나를 죽이기도 합니다.

마치 범죄자 소탕을 위해서 다른 범죄자의 협력을 받는 것 같다고 할까요?

 

에고를 어찌 해야 될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자기 합리화로 인한 대가를 받을 때도 많지요.

그로 인한 증오감과 죄책감도 덩달아 생기기에 괴로울 때가 많습니다.

'어쩔 수 없었다'라는 이야기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내면아이에게 크나큰 상처가 됩니다.

내가 만들어낸 에고가 내면아이를 향해 상처를 입힙니다.

에고란 단어의 의미를 처음 알았을 때 그게 싫어서 에고를 거부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거부할수록 더욱 거세게 저항을 했습니다.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에고를 제거한다고 시도한들 결국에는 지치기만 합니다.

그렇기에 차라리 에고를 결국 내가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 에고조차도 진정으로 수용하고 껴안는 것.

이것이 조금씩 된 시점부터 에고가 잠잠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면아이가 내면어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6/7 내면아이와의 대화]

나: 내면아이야, 안녕? 오늘은 상처 대신 다른 걸 좀 물어봐도 되겠니?

내면아이: 안녕? 뭘 물어보려고 하는데?

나: 내가 아무 생각도 없이 이상한 말을 하거나 욕설을 할 때 어땠어?

내면아이: 되게 이상했어.

나: 그래?

내면아이: 특히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말을 하는 게 이상해 보였어.

나: 그랬구나. 어떨 때는 화가 너무 나서 아무도 없는 데서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서 욕설을 퍼부을 때도 있고, 하소연할 때도 있지.

내면아이: 이상해.

나: 역시, 너한테는 이상하구나.

내면아이: 나 몰랐을 때, 나 대신 밖에만 대화하느라고 정신 없었잖아?

나: (충격이 약간 온다) 음… 그랬지. 혹시 에고라는 걸 들어봤니?

내면아이: 응. 약간은.

나: 에고 속에 있었던 게 툭툭 튀어나왔나봐.

 

[처음으로 에고가 등장하다]

에고: 안녕, 여러분? 나랑 내면아이야?

내면아이: 으아앙! 무서워.

나: 그래, 안녕?

에고: 네가 내 이름을 불렀기에 한 번 나와봤어.

나: 무슨 일이니?

에고: 알면서 그래. 저 내면아이가 얼마나 나약해 빠졌는지 알잖아? 안 그래?

나: (잠시 지켜보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그래?

 

에고: 그냥 나한테 하던 대로 하면 편할 걸? 네가 하는 그 모든 말들, 네가 만들었잖아? 나도 너 덕분에 있는 거고.

나: 그러면, 너는 그 말들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에고: 그래! 너도 알면서 왜 그래?

 

내면아이: (훌쩍거리며) 나 좀 봐줘.

에고: 넌 꺼져. 안 그러면 죽여버릴 꺼야.

나: 에고! 너 잠시 비켜. 경고야. (내면아이를 향해 다가가다) 내면아이야, 괜찮니?

내면아이: 나 아파. 너무 아파.

에고: 그래, 평생 아파해라. 그럴수록 내가 기쁘니까.

나: (화가 올라오기 시작하나 잠시 기다리다) 에고야, 할 말이 있어.

에고: 뭔데? 한 번 지껄여봐.

나: 너한테 진심으로 미안하다.

에고: (갑작스런 반응에 당황하다) 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평소 같으면 나를 억누르려고 하잖아? 왜? 두려워서? 나 튀어나오는 거 싫잖아?

나: 그래. 싫은 건 똑같아. 인정해. 하지만, 에고야. 결국에는 에고 너도 나잖아?

에고: 그렇지. 이제 알겠어? 나만 바라봐. 아주 강하고, 성공하고, 어느 누구도 누리질 못한 명예를 누리게 해줄게!

나: 에고야. 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

에고: 왜 날 거부하지?

나: 거부하는 게 아니야. 단지 어린아이를 치유하고 싶다는 것이 먼저일 뿐이야.

에고: 너, 이전에도 내 말 듣지 않고 또 삶 망가뜨리려고? 삶 망가진 이유가 아무도 믿지 말아야 하는데, 남을 불쑥불쑥 믿어서 그런 거잖아? 돈 좋은데 싫다고 거짓말 했지?

나: 맞아. 인정해.

에고: 그러면 내 말 들어. 이번에도 또 내 말 듣지 않고 또 사건 터뜨려서 아무런 책임도 지지 못하는 신세 되지 말고!

 

나: (잠시 묵묵히 지켜보다) 에고야. 그게 정말 진실이니?

에고: 진실 따위 뭔 상관이야?

나: 에고야. 내가 딱 하나만 물어볼게. 너 그걸 따랐을 때 너는 편안했니?

에고: 편안했지. 아주~~.

나: 그렇지 않잖아?

 

내면아이: (낮게 속삭이면서) 나, 조금씩 편안한 거 같아.

나: (약간 놀라면서) 그래? 잠시만, 좀 더 기다려 줄래?

내면아이: 응. 기다릴게.

 

에고: 쟤랑 뭔 얘기를 하고 있어?

나: 에고야. 나한테 잠깐 와 보겠어?

에고: (눈을 부라리며) 니가 와.

나: 그래. 내가 그 쪽으로 갈 게. (넘어진다). 아이고, 조금만 기다려. (에고한테 간다) 에고야?

에고: 뭐, 뭐, 뭐야?

나: 다시 한 번 말할게. 정말 미안해. 너도 그런 생각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어.

에고: 뭐야, 이게 갑자기 무슨 짓이야?

나: 하지만 에고야. 그조차도 생각할 수 있어. 그 생각으로 인해서 버림받았다고 느껴도 괜찮아. 오히려 네가 그런 걸 생각했다는 것에 대해 온전히 받아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에고: 너,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야?

나: 장난하는 거 아니야. 내가 그런 걸 무시한 나머지 내면아이를 괴롭힌 거잖아? 그걸 괴롭히는 역할을 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는 거야. 용서해줘.

에고: 나, 널 믿을 수 없어. 30년 간 나한테 그렇게 대하고, 이제 와서 미안하다고 말하면 다야?

나: 아니야. 그렇지 않아. 단지 내면아이랑 마찬가지로 너한테도 무거운 짐을 씌운 거 같아서 그래. 용서해달라고 하지는 못하겠어. 하지만 그냥 지금 내가 너한테 미안하다는 것만 알았으면 해.

 

에고: 흥, 그래서 나 없애고 내면아이랑만 노시겠다? 너, 또 날 이용하려는 거지?

나: 그 마음이 안 들었다면 거짓말이지. 하지만, 과거에는 그랬다면 지금은 너조차도 감싸 안고 싶은 느낌만 강하게 들 뿐이야.

에고: 난 널 믿을 수 없어.

나: 그래, 그러겠지. 내면아이랑은 1주일 밖에 안 되었지만, 너는 그간 옆에 계속 있으면서도 정작 너를 알아차리지 못했으니까.

에고: 두고 봐라. 내가 오늘은 그냥 조용히 물러나지. 하지만 다음 번에 나타날 때는 내 말에 복종하게 하도록 만들 거다!

나: 안녕.

 

내면아이: (에고가 나간 후) 나, 쟤 때문에 너무 아팠어.

나: 미안해. 저것도 내가 만든 것, 밖에서 오는 것들의 일부야. 너를 바라봐 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인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어.

내면아이: 나, 그래도 예전보다는 괜찮아.

나: 그러니?

내면아이: 오늘 에고가 저렇게 말할 때 아프긴 했지만, 예전처럼 아예 무감각하진 않았어.

나: 그랬구나. 그래도 아팠는데, 좀 더 나아져서 다행이야.

 

내면아이: 나 건강해지고 싶어.

나: 내면아이야? 그러면 내가 하나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내면아이: 뭔데?

나: 에고도 받아들여줄 수 있겠니?

내면아이: 나, 아프게 만드는데?

나: 사실 네가 있기 때문에 에고도 있는 거고, 반대로 에고가 있으니까 너도 있는 거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래. 어때?

내면아이: 싫어.

나: 그래. 괜찮아. 싫을 수 있지. 그래도 언젠가 에고도 사랑을 나눠서 그냥 같이 녹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그래. 에고 안에 너처럼 다른 아이가 있을 수도 있잖아?

내면아이: (잠시 가만히 있다가) 예전에 네가 나를 모를 때처럼 말이야?

나: 그래. 그래서 부탁하는 거야.

내면아이: 알았어. 나랑 비슷할 수도 있으니까.

나: 고마워, 내면아이야. 오늘도 나랑 대화 나눠서 고마워. 그리고 그간 에고로 인해 상처 받았다면 정말 미안해. 나를 용서해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