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아이

“수백 가지의 상자” - 내면아이와의 대화 [6/30~7/1]

빛몸 2023. 3. 10. 20:35

[대화록 회고]

자기기만이라는 상자 안에 빠져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 상자는 교묘하게도 여기저기 다 있습니다.

제가 만들었다고는 했지만 이렇게나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상자에서 빠져 나올수록 삶이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때랑 지금이랑 완전히 느낌이 다릅니다.

인제 좀 숨통은 트인다는 느낌은 받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자기기만 상자에 빠집니다.

오늘 (8/2)도 커다란 자기기만적 상자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상황이 나쁘지 않고 충분하다. 만족스럽다는 자기기만'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혼자서 처리 못하면 무능력하다는 자기기만'

 

회사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돈을 법니다.

제 스스로 이러한 환경에 놓이게 만들었습니다.

슬펐고, 많은 것을 희생했습니다.

이 환경에 놓인 것이 제 자신인 것을 알고, 책임을 지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일하는 환경이 천국이 되게끔 조성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일하시는 분들은 저한테 정말 맞는 분들'만' 있어서 좋습니다.

하지만 노력을 환경 '안'에서만 했을 뿐, 새로운 환경으로 눈을 돌리는 건 외면했습니다.

 

이게 자기기만적 상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참 여러모로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내면아이에게 묻습니다.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여전하니?'

내면아이는 이리 답하리라 예상합니다.

'어디든, 새로운 곳으로 가보고 싶어!'라고 말입니다.

내면아이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작업들이 필요하리라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일들 말입니다.

[6/30~7/1 내면아이와의 대화]

(6/30일자 대화)

나: 내면아이야, 안녕?

내면아이: 안녕?

 

나: 요새는 너랑 나눈 대화를 보면서 그 때 당시를 기억을 떠올려보고 있어. 처음 만났을 때 나눴던 대화를 다시 보고 나서 지금 보니까 정말 많이 건강해졌다고 느껴.

내면아이: 나, 건강해졌다고 느껴.

나: 고마워. ^^. 오늘은 문득 생각해보니, ‘상자 밖에 있는 사람’이라는 책이 내 눈에 들어오더라고. 한 마디로 ‘자기 스스로를 속이지 말라’는 거야. 그런데 문득 어제 이렇게 얘기하는 내 모습이 들어오더라고. ‘나 또한 수백 가지의 상자를 가지고 있고, 그 속에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얘기했어.

내면아이: 나, 갇힌 느낌이 들 때가 많았어.

나: 그랬지? 20대를 생각하면 ‘태아가 다 자라지 못해서 산모의 태반을 뚫고 나오지 못한 느낌’이 강했었거든.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내가 가지고 있던 가장 거대한 ‘상자’를 못 뚫고 있다가, 30대가 되면서 뚫은 게 아닌가 싶어.

 

내면아이: 나, 상자 안에 있을 때 상처가 너무 많이 났어.

나: 그랬구나. 네 그 커다란 모습을 비좁은 상자 안에 우겨 넣으려고 하다 보니 상처가 많아질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

내면아이: 그래도 예전보다 정말 편안해.

나: 다행이야. 내가 가지고 있었던 상자들을 없애거나, 빠져 나오게 되어서 그런 가봐.

 

(7/1일자 대화)

 

내면아이: 안녕? 무슨 일 있었나봐.

나: 갑자기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이 와서 정신이 없었어. 거의 5~6가지의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데, 어렵더라고. 그래도 괜찮아.

내면아이: 얘기했던 거 듣고 싶어.

 

나: 그래. 수백 가지의 상자를 내가 지니고 있다고 했잖아? 그건 다 내가 아주 천천히 만들었다고 하더라고. 어렸을 때는 ‘이거 하고 싶은데, 엄마/아빠가 못하게 하니까 몰래 속여서 해야지’라고 속이는 것들이 있었잖아? 그런 것들이 점차 쌓인 거지.

내면아이: 나랑 비슷한 아이였을 때 그렇게 했구나.

 

나: 그랬지. 그러다 몸이 자라면서 점점 상자의 크기를 내가 만들었던 거로 기억해. 내가 기억하지도 못할 여러 일들을 통해서 그런 거겠지. 특히 20대 때부터는 완전히 내 스스로 감옥에 들어갔다고 느꼈고.

내면아이: 나, 옴짝달짝 못하는 느낌 받았어.

나: 나도 그랬어. 그 당시에는 ‘한 번 들어간 이상,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냥 견뎌라!’라는 이야기만 들었으니까, 무식하게 참고 견디기만 했어.

내면아이: 이곳 저곳 다 아팠어. 나 바라봐줬으면 했어.

 

나: 그랬지. 물론 그 당시에 훈련도 하고 그랬지만, 그 때는 참는 게 정상인 줄 알았거든. 상처가 생기고 생겨서 고름이 차고, 나중에는 상처가 곪아 터지는 그 지경까지 올 줄 그 때는 몰랐지.

내면아이: 나, 그래서 아프다고 얘기하고 싶어도 힘이 없어서 얘기를 할 수가 없었어.

나: 나, 참 미련했단 말이야. 그게 상자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

내면아이: 괜찮아. 나 이제 나아가고 있으니까.

 

나: 고마워. 20대 때 내가 만든 거대한 상자에서 빠져 나오게 되었으니까, 30대는 수도 없이 만들어낸 그 수많은 상자들을 없애는, 아니면 걸리지 않게 주의하면서 가는 시기일 거 같아.

내면아이: 나, 그러면 어른이 될까?

나: 그러지 않을까? 적어도 청소년은 거치지 않을까 싶어.

내면아이: 재미있겠다! 상자 피해 다니기 놀이 같아!

나: 그럴 수 있네. 요리조리 펭귄처럼 뒤뚱뒤뚱 걷는 놀이겠네.

내면아이: 하자, 우리!

나: 그래. 고마워. 그리고 감사해.

 

 

[출처] “수백 가지의 상자” - 내면아이와의 대화 [6/30~7/1]|작성자 moonte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