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아이

상처 입고 싶지 않은 내면아이의 모습을 보다 - 내면아이와의 대화 2일차.

빛몸 2023. 3. 10. 20:22

[대화록 회고]

내면아이와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고 난 후 마음이 편안해진 것을 느꼈습니다. 그 효과는 예상보다 훨씬 컸습니다.

슬럼프를 구체화해서 바라보니 내면아이의 상처로 인한 고통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 상처를 어루만지고, 상처 입은 아이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을 처음으로 제대로 했습니다. 그러니 그 고통이 아주 많이 사라졌습니다. 동시에 호오포노포노에서 말했던 정화의 의미에 대해 좀 더 인식의 깊이가 깊어졌음을 느꼈습니다.

참으로 신기해서 내면아이와 대화를 빨리 나누고 싶었습니다. '빨리 대화해서 상처를 치료해야지!'라고 조급증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토라진 아이를 억지로 보채면 더욱 토라지기 때문에,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내면아이의 입장에서 무려 30년 간 저를 기다렸는데, 저라고 하루를 못 기다리나? 싶은 생각도 들곤 했습니다.

자신을 버릴까봐 무서움을 느끼는 내면아이를 보면서 30년 간 버렸다는 무서운 사실을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소름이 끼쳤고, 동시에 희열을 느꼈습니다. 지금이라도 내면아이를 버리지 않고 바라봐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6/1일자 그 당시의 느낌과 대화록을 보여드립니다.


[6/1자 느낌]

 

마음이 이토록 편안한 날이 얼마만인지 싶었다.

인간이 연결이 끊어지면 나약해진다고 하는데,

그간 내면아이와의 연결이 끊어졌던 것이다.

30년 간.

아프고, 안타깝지만 그래도 이제라도 제대로 처음으로 대면했으니 대화를 계속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6/1의 내면아이와의 대화]

 

나: 안녕? 오늘은 좀 어떠니?

내면아이: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멀뚱멀뚱 쳐다본다)

나: 그래. 내가 고맙다는 이야기부터 해야겠네. 오늘 네 덕분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여유 있게 준비할 수 있었어. 고마워.

내면아이: (희한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나: 네가 아픈 걸 똑바로 볼 수 있게 되어서, 진짜로 아픔을 느끼는 걸 뭔지 바라보게 된 거야. 힘들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던 거고. 나 사실 어제 울컥했다니까?

내면아이: (슬프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 아직도 아파.

나: 그래. 많이 힘들었구나. 미안해. 못 해도 괜찮은데, 그걸 나쁘다고 여기고 억눌러서 너를 아프게 만들었어. 그게 잘못이 아닌데.

 

내면아이: (불안해하며) 나랑 인제 대화 나눌 거지? 나 피해가지 않을 거지? 그럴 거지?

나: 미안해. 사실 그대로 말하면 나 너를 잊을 수도 있을 거야.

내면아이: 또 날 버릴 거야? 또 그럴 거야? 언제까지 나를 괴롭히면서 살 거야?

나: 그런 의미가 아니야. 너란 존재가 항상 내 곁에 있다는 건데, 다만 그걸 알면서도 현실에 있다 보면 잊을 수도 있다는 거야. 그래도..

내면아이: (이해는 안 가나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그래도?

 

나: 너를 최대한 많이 대면하려고 노력할 거야. 앞으로는 너와 대화를 더 많이 나누고 싶어. 나는 네가 그렇게 많은 상처를 안고 있을 줄 몰랐어. 그게 너의 잘못이 아닌데.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면 되는 건데 말이야.

내면아이: (상처들을 바라보며) 나 상처 많아. 속에도 상처 많고.

나: (한숨을 푹 쉬며) 30년 간 방치해서 정말 미안해. 정말 몰랐어.

 

내면아이: (울음을 터뜨리며) 나 어른이 되고 싶었어.

나: 그래. 옛날에 그랬지. 지금도 마찬가지고.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었지.

내면아이: 잊지 않았구나.

나: 그 때 정말 어른에 대해서 정말 많이 동경했었잖아? 나는 지금 몸이 컸고, 마음은 어느 정도 컸다고 생각하는데. 그 때가 되면 뭐든 잘 할 줄 알았어. 근데 아니더라.

내면아이: (울음을 더 크게 터뜨리며) 우와앙!!!! ㅠㅠ

 

나: 뭐든 잘 해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욕심인지, 못 할 수도 있는데 주변에서 욕을 먹으면 그게 내 잘못인 것 마냥 대한 거였어. 그냥 받아들였어야 하는데, 그 짐을 너한테 떠넘기고 아무것도 안 한 거, 내 잘못이야.

내면아이: (울음 그치면서) 나 아프지 않고 숨 쉬고 싶어.

나: 그래. 앞으로는 너에게 무게를 떠 넘기지 않을게. 네가 있는 그대로 나한테 보여주는 걸 받아들이면 되는데.

내면아이: 나한테 잘못이 없지? 그렇지?

나: 없어. 분명해.

 

[한숨 돌리면서 내면아이와 나를 바라보다]

 

내면아이: 나 안 부끄러워?

나: 부끄러울 게 있니? 아니, 부끄러워도 괜찮아. 오히려 마음껏 부끄러워도 된다고 느꼈어.

내면아이: 왜?

나: 너는 여전히 내 곁에 있잖아? 부끄러운 게 상처는 아니잖아? 그걸 피하는 게 오히려 네게 상처가 되니까 말이야.

내면아이: 고마워. 진짜 그렇게 말해줘서.

 

나: 당연한 걸 잊고 있었어. 이런 간단한 상처부터 하나하나 보듬어 주길 바랄 뿐이야.

내면아이: (살짝 웃으며) 나 좀 나아진 거 같아.

나: 그렇게 느끼면 진정으로 다행이네. 그래도 하나만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

내면아이: (두려움을 느끼며) 뭔데?

 

나: 상처를 완전히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너한테 깊게 베인 상처를 더 크게 내야 할 수도 있어.

내면아이: 싫어! 왜 더 크게 상처 주려고 하는데?

나: 오해하지 말아줘. 흉터 없이 너의 깨끗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 그런 거야. 상처 난 곳을 깨끗이 아물게 하려면 상처를 더 크게 낸 다음 새 살이 돋우게 한다고 하더라고.

내면아이: 정말? 더 아플 거 같아. 지금 느끼는 거 보다 더 클 거 같아.

 

나: 응. 그렇더라고. 그래서 처음이 더 고통스러울 수 있어. 내가 그간 줄곧 피해왔던, 깊이 베인 상처를 내가 똑바로 봐야만 해. 그게 너한테도 힘들고, 나한테도 힘들 거야. 그래도 난 네 곁을 떠나지 않고 그걸 치유하고 싶어. 그게 어떤 형태의 상처더라도 말이야.

내면아이: 정말? 그러면 나 다 나을 수 있어?

나: 이전보다는 더 나아지지 않을까? 지난 주말에 비하면 더 좋지 않니?

내면아이: 계속 그랬으면 좋겠어.

나: 나도 그래.

[6/1의 내면아이와의 대화를 마치고]

 

 

[출처] 상처 입고 싶지 않은 내면아이의 모습을 보다 - 내면아이와의 대화 2일차. [6/1]|작성자 moonte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