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인트 저메인이 담화의 구술을 끝내자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강렬한 감동을 주는 그의 현존은 내게 엄청난 기쁨을 남겨주었고, 나는 그가 북돋아준 활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 방안을 왔다 갔다 했다. 갑자기 방이 너무나 작게 느껴졌다. 내 마음은 감사로 가득 찼고, 나는 대사에게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간절히 찾고 있었다.
그러다 나는 세인트 저메인 재단이 발간한 잡지인〈“I AM”의 목소리〉(The voice of “I AM”)에서 읽었던 한 이야기를 기억해냈다. 거기에는 세인트 저메인이 예수를 볼 때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한 이야기가 나와 있었다. 어느 날 예수는 “나의 훌륭한 형제여, 그대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면서 왜 나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십니까?” 하고 말했다.
그러자 세인트 저메인이 대답했다. “나는 빛에 대한 경의로 당신에게 고개 숙여 인사합니다.”
지금 나 역시도 그랬다. 나도 그 빛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따라서 나는 세인트 저메인이 내 앞에 서 있다고 상상하고 허리를 숙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인트 저메인, 당신께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그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내가 인사를 하자 갑자기 한 줄기의 보라색 빛이 방 안으로 쏘아져 들어왔고, 그 빛의 중심에는 세인트 저메인이 프랑스 궁정에서 입었던 제복을 그대로 입고 서 있었다. 그는 남색 망토와 보석으로 장식된 검을 차고 있었으며 가슴에 자기완성의 정수를 상징하는 황금 몰타 십자가를 하고 있었다. 그는 잘생긴 얼굴로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잠시 내 앞에 서 있었는데, 아마 놀란 나를 보고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그는 한쪽 발을 앞으로 딛고 팔을 부드럽게 펼쳐 유럽의 궁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자세로 내게 인사하며 말했다. “나도 네게 인사를 올린다. 피터.” 그의 말에는 숨 막힐 정도의 사랑과 겸손이 담겨 있었다.
몸을 바로 세운 그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내 중심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다가 보라색 빛의 도관을 통해 천장 위로 올라가버렸다. 나는 엄청난 감동을 받은 채로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내가 느낀 기쁨은 너무도 커서 간신히 억누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 그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 모든 생각을 들으면서 언제나 나를 지켜보고 있었어. 내가 모르는 새에 그가 나와 함께 있었던 때가 얼마나 많았을까?'
이렇게 에테르체로 출현한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은 평범한 인간의 육체로 출현한 그의 모습을 보는 것보다 훨씬 더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그가 물질적인 세상 속에 나타날 때는 사람들의 관심을 지나치게 끌 만한 행동을 삼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에테르적인 형제로 나타날 때면 그는 자신의 진정한 정수를 발산할 수 있었고, 그럴 때마다 나는 부분적으로 그의 영역 속으로 고양될 수 있었다.
일주일이 지난 후, 뉴욕을 떠나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처음에는 미약했으나 세인트 저메인의 고양된 에너지가 다시 한 번 느껴졌다. 나는 평범한 물리적 형태로 나타난 그를 마주쳤던 상황들을 떠올렸다. 내가 마주친 그 낯선 이가 세인트 저메인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보통 시간이 좀 지난 후였고, 어떨 때는 몇 년이 지나서야 알아차렸던 때도 있었다. 지금, 대사의 에너지가 증가하고 있었고 나는 내적으로 그를 보기 시작했다. 그가 내게 내적으로 전해준 말은 깜짝 놀랄 만한 것이었다. 그는 나와 함께 캘리포니아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탑승하겠다고 말했다.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실 건가요?” 내가 물었다. 나는 만약 인간의 형태로 나타날 생각이라면 셰익스피어 연극에 서 그랬던 것처럼 내게 귀띔이라도 해달라는 말을 너무나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응석을 부리면서까지 그를 조르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대사들이 이런 이기적인 요청을 묵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학생들이 “제가 빛에 봉사하고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요?”라고 묻는 것을 더 좋아했다. 인류에게 봉사하고자 하는 이러한 열망을 가진 이들은 대사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긴다. 비록 스스로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말이다. 대사들이 가시적인 형제로 출현하는 일은 종종 주의를 흩뜨리기 때문에 당면한 임무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더 물어보고 싶은 건 없니?” 세인트 저메인이 내 생각을 듣고는 불쑥 물었다.
“음, 저는 항상 당신을 대면하고 싶었어요. 당신의 눈을 마주 보면서, ‘이 사람이 바로 세인트 지메인이다' 하고 절대적으로 확신하면서 악수를 하고 싶었죠.” 나는 대답했다.
“좋아,”
“좋다고요?” 나는 경악하며 되물었다.
“네가 우리를 섬기면서 행했던 그 어려운 희생과 순종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너의 그 소원을 들어주고 싶구나. 하지만 나는 '신분을 숨긴 채' 여행할 거란다. 네가 생각하듯 남색 망토에 검을 차고 비행기에 오르진 않을 거란 말이지! 그러니 나를 알아볼 수 있게 이름을 하나 지어보렴.” 나는 헤밍웨이가 자신의 단편 소설에서 자주 사용했던 자전적 인물의 이름이 떠올라서 “닉 애덤스라는 이름을 사용하세요” 라고 말했다.
“좋아, 닉 애덤스란 말이지.” 그가 확인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는 “비행기에서 보자꾸나” 하고 이별을 고한 뒤 사라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닉 애덤스라는 이름을 쓰도록 영감을 불어넣어준 것이 대사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대사는 미래의 내가 해밍웨이처럼 이런 자전적 얘기를 글로 쓰게 될 거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
'이제 어떻게 하지?' 나는 곁눈질로 그를 쳐다봤다. 여기, 얇은 회색 줄무늬의 남색 양복을 입은 평범해 보이는 남자가 있다. 그는 누가 봐도 출장 중인 기업 임원 혹은 세일즈맨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고, 이것이 일생일대의 기회임을 감지했다. 그는 앞으로 여섯 시간 동안 내 옆에 앉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실재의 궁극적인 본성에 대해 내가 늘 궁금해 했었던 모든 것들을 그에게 물어보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그보다 일상적인 수준의 질문으로는, 지금 겪고 있는 펄과의 불화를 어떻게 치유해야 할 지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언제나 내 가슴에 남아 있던 가장 중요한 질문은 “엘리자베스와 제가 이 생에서 함께할 수는 없나요?”였다. 내가 몸을 숙여서 “있잖아요, 나는 당신이 진짜 누구인지 잘 알고 있으니 얘기 좀 해요”라고 말하려던 순간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도넛 모양 담배 연기를 앞으로 내뿜었다. 에어컨이 켜져 있었는데도 완벽한 원 모양이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다 '흡연 금지' 불이 들어오자 그는 팔걸이 안에 있는 재떨이에 담뱃불을 껐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대사는 절대 담배를 피우지 않을 텐데?' 나는 안전벨트를 맨 다음 눈을 감고 대사의 흡연에 대해 받아들이려 애썼다.
.....
'담배, 와인, 고기라니. 무슨 대사가 이래?' 충격을 받은 나는 그가 스테이크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는 그것을 아주 맛있어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는 곧 그의 몸과 함께 그가 섭취한 그 어떤 음식물도 모두 용해해버릴 것이었다. 그렇긴 해도, 나는 옳고 그름에 대한 나의 오랜 믿음과 어떤 행동이 영적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을 포기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
.....
나는 그가 가리킨 쪽을 유심히 보았고, 그것이 우리보다 먼저 도착 한 비행기의 수하물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내가 다시 뒤를 돌아봤을 때는 그가 이미 사라진 후였다. '그가 나를 따돌렸구나. 내가 왜 한눈을 팔았을까! 나는 왜 그가 부동산 이야기로 말을 돌리도록 가만두었을까! 대사와 얘기할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있을까?' 나는 더 집요해야 했다고,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자책했다.
하지만 곧 나는 그가 내게 이런 경험을 허락한 것은 오직 내가 그의 가이드를 따르고, 그가 부과한 규칙들을 존중할 줄 알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대사들은 차분한 감정과 안정된 마음을 가진 사람, 대사들의 가이드를 따르고 I AM 현존의 내적인 명령에 복종할 사람에게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만약 그런 이가 아니라면 대사의 현존으로 더해진 에너지가 그가 가진 불균형을 훨씬 악화시길 것이었다.
어쩌면 이 만남이 결국에는 손해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높은 차원에서 어떤 가르침이 내게 전해졌는지 누가 알겠는가? 틀림없이 그는 내 자신감을 북돋아주었다. 그리고 그는 내가 곧 얼굴을 맞대고 만나야 할, 나를 헐뜯는 고향사람들을 다룰 수 있도록 준비시켜주었다.*
( * 나는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세인트 저메인과의 이 사건을 돌아보았다. 그때는 극도로 민감해지거나 현실 감각을 잃게 되는 것이 진보된 영성의 증표라고 사람들이 주장할 때였다. 그러나 여섯 시간 동안 담배 연기 자욱한 비행기 안에 앉아 일말의 불편한 기색도 없이 잡담을 나눌 수 있는 현실 감각을 지닌 존재이자 무지개 몸을 성취한 존재가 여기 있었다. 높은 수준의 의식에 들어가면 때때로 초기에 인식의 혼란을 겪기도 하지만, 그 의식 속에서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일상적 현실에서 기능할 수 있는 능력이 다시 돌아오게 된다. 그 일상이 바로 자기완성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마스터의 제자 p498~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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