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열려있음은 어떤 상태를 말합니까?"
"내 뜻"과 그것을 실현할 "나"라고 할 만한게 도무지 없는 상태다.
일어나는 모든 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게쎄마니 동산의 밤을 지내고서 내가 무엇을 했더냐?"
"몸소 하신 일은 없으셨지요"
"그렇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일어나는 모든 사태를 받아들였을 뿐이다.
'받아들였다'는 말도 새겨 들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행위'를 한 게 아니다.
차라리, 가만히 있었다고 하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이겠다.
가만히 있는 것은 자기를 포함하여 모든 것을 그대로 있게 하는(Let it be)것이다."
"그것이 열린 사람의 모습인가요?"
"그렇다, 열린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하는 사람이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거절하면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이 있다.
우주와 동 떨어진 사람은 없지만 자신을 우주와 동떨어진 존재인 양 만드는 사람은 많이 있듯이."
"그건 착각이지요"
"옳다, 많은 사람이 착각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문에 '거절'이라는 팻말을 걸어놓고서 그 문으로, 죽음을 포함하여
일어나는 모든 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거기서 온갖 고통이 온다. 고통은 고통자체에 있지 않고 그것을 거절하는 마음에 있다.
열려있는 사람은 고통이 닥칠 때, 고통과 하나로 된다.
물에 들어가면 물이되고, 불에 들어가면 불이 된다. 그래서 물에 빠지지 않고 불에 타지 않는다."
"제가 어떻게 하면 열린 존재로 될 수 있을까요?"
"너는 본디 열려 있는 존재다. 녜가 닫힌 존재로 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거라.
너는 한없이 커서 그래서 어디에도 없는, 그런 존재다.
그러니 우선, 열린 존재가 되고 싶다는 그 마음부터 내려놓아라."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합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아라. 아무것도 하지 말아라.
우주가 너를 관통하여 흐르도록 내버려두어라.
내버려 두는 일도 하지 말아라."
"그럼 도대체 인생을 어떻게 살라는 말씀입니까?"
"말위에 앉아서 말을 어떻게 타는 거냐고 묻는구나.
그만 얘기 접고 먹이나 갈자.
오늘 저녁 현숙이네 집에 갈 때 글 한 줄 써다 주기로 아침 산책길에 마음먹지 않았느냐?
먹도 있고 벼루도 있고 물도 있다. 무슨 걱정이냐?"
- 이 현주 의 "지금도 쓸쓸하냐?"중에서 (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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