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상승

[다시 읽는 삼국유사] 노힐부득과 달달박박금빛 목욕물에 들어가는 순간… 미륵불로 변한 노힐부득

빛몸 2025. 2. 26. 11:45

 

 

 

신라 북쪽에 있는 백월산은 기이한 산봉우리들이 수백 리까지 뻗쳐 있는 큰 산이었어. 백월산 동남쪽에 있는 선천촌에는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이라는 두 젊은이가 살고 있었지. 속세를 벗어나고자 했던 두 사람은 서로 뜻이 맞아 금세 사이좋은 친구가 됐어.

 

이들은 스무 살이 되자 고개 너머 법적방(法積房)으로 가서 승려가 됐어. 그 뒤 둘은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각자 암자를 짓고 수련에 들어갔지.

 

그로부터 3년. 때는 경덕왕 8년 4월 초파일이었어. 해가 저물 무렵, 스무 살쯤 돼 보이는 아름다운 여인이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며 달달박박의 암자로 찾아온 거야. 여인은 아기를 가진 듯 배가 불러 있었어.

 

"스님 죄송하지만 하룻밥만 재워주십시요. 날이 어두워 갈길이 아득해서 그럽니다."

 

그러자 달달박박은

"여기는 도를 닦는 암자입니다. 여인네가 머물곳이 아니니 어서 가십시오"

라고 말하면서 여인의 말을 단호하게 거절했지.

 

달달박박이 문을 닫고 들어가자 여인은 노힐부득의 암자로 발길을 돌렸어.

 

"스님 죄송하지만 하룻밥만 재워주십시요. 날이 어두워 갈길이 아득해서 그럽니다."

 

라고 말하면서 하룻밤만 재워 달라고 간청을 했어

 

"보시다시피 이곳은 여인네가 머물만한 곳이 못 됩니다."

"허나 날이 어두웠으니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부득은 공손히 여인을 맞아 암자에 머물도록 했어.

 

 

 

밤이 되자 노힐부득은 몸가짐을 가다듬고 등불을 켠 채 고요히 염불을 외웠어. 새벽이 다가올 무렵, 여인의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어.

 

"아기가 나오나 봅니다. 스님, 어서 자리를 깔아 주세요."

 

측은한 마음에 노힐부득은 촛불을 은은하게 밝힌 뒤 해산할 준비를 했어. 무사히 아기를 낳은 여인은 노힐부득이 준비해 놓은 따뜻한 물로 깨끗하게 목욕을 했어. 그런데 여인이 목욕한 물에서 좋은 향기가 솟아오르더니 물이 금색으로 변하는 거야.

 

"스님도 이 물에 목욕하십시오."

 

여인이 노힐부득에게 말했어. 노힐부득이 목욕통으로 들어가는 순간 정신이 맑아지면서 피부가 금빛으로 변했지.

 

"사실 나는 관음보살이오. 대사가 큰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되는 것을 돕고자 이곳에 온 것이오."

여인은 이렇게 말하고는 순식간에 사라졌어.

 

잠시 후, 달달박박이 노힐부득을 만나러 갔어. 그런데 노힐부득은 간데없고 연화대(연꽃 모양으로 만든 불상의 자리) 위에서 밝게 빛나는 미륵불만 있는 거야. 자세히 보니 미륵불이 노힐부득이었지.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노힐부득이 간밤의 일을 말하자 달달박박은 탄식을 내뱉었지.

 

"아, 내가 마음이 흐리고 막힌 탓에 부처님을 만났는데도 알아보지 못했구나! 덕이 높고 어진 스님께서 나보다 먼저 뜻을 이루었으니 부디 옛정을 생각해서 나를 도와주십시오."

 

"통 안에 아직 물이 남아 있으니 그대도 목욕하시오."

 

남은 물에 목욕하자 달달박박도 노힐부득처럼 부처가 될 수 있었어. 소문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산 밑 사람들이 우러르며 감탄했어.

 

"참으로 신비한 일이다."

 

두 부처는 사람들에게 불교의 교리를 가르친 뒤 구름을 타고 홀연히 떠났어.

 

 

주니어RHK '잃어버린 역사를 찾다-삼국유사' (일연·류은 글, 노성빈 그림)